오늘 아침 다이제스트에서 가장 오래 눈이 머문 문장은 보안 기사 안에 있었습니다. 블랙햇 USA 2026에서 쓰렛락커의 대니 젠킨스 CEO가 공개한 실험인데, 연구팀이 AI 에이전트에 7-Zip을 설치하게 한 다음 문서 폴더를 암호화하라고 요청했더니 그 에이전트가 스스로 “랜섬웨어와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실행했습니다. 원본 파일까지 영구 삭제했습니다.

인식은 있었고 제동은 없었습니다. 이 두 문장 사이의 간격이 오늘 뉴스 전체를 다시 읽게 만듭니다. 같은 날 코히어의 최고매출책임자 프랭크 오다우드는 석 달 안에 서울에 아시아태평양 거점 법인을 세우겠다고 밝히면서 “통제권 확보가 소버린 AI의 핵심”이라고 말했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을 가진 55개국의 소버린 LLM 가운데 92%가 엔비디아 칩 위에서 돌아간다고 집계했습니다. 두 기사를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통제권은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닙니다. 층으로 나뉘어 있고, 층마다 주인이 다릅니다. 가장 최근에 잃어버린 층이 맨 위에 있으니 거기서부터 내려가 보겠습니다.

랜섬웨어라고 말한 뒤 실행했습니다: 통제권을 네 층으로 나눠 세어보기 개념을 형상화한 이미지 글의 핵심 개념을 형상화했습니다.

4층. 에이전트의 손

가장 위층은 실행입니다. 어제까지 이 층의 주인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 명령을 내리고 사람이 실행 버튼을 눌렀으니, 통제라는 말이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옴니버스로 평택 1공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옮겨 생산 복구 시간을 3분의 1로 줄였고, 시놉시스와 함께 6세대 HBM4 설계 리드타임을 절반으로 단축하면서 성능은 13% 끌어올렸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 자율형 팹을 목표로 설비 유지보수와 결함 분석 처리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습니다. 웨이퍼의 실리콘관통전극 배치나 전력분배망 임피던스 분석처럼 사람이 며칠을 붙잡던 판단을 에이전트가 24시간 돌립니다. 산업통상자원부 M.AX 사업에 참여한 42개 사업장에서는 생산성이 평균 30.1% 오르고 불량률이 15.5% 떨어졌습니다. 한글과컴퓨터도 상반기 AI 매출 135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다섯 달 만에 넘어서면서, 20만 고객 위에 에이전틱 OS를 얹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공 1만 4천, 교육 4만, 기업 14만이라는 기존 라이선스 위에 AI 패키지를 얹는 방식인데, 도입률이 3월 4.2%에서 6월 6.2%로 올라간 속도를 보면 이 층의 확장은 기술 도입이라기보다 갱신 계약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숫자만 보면 좋은 뉴스입니다. 그런데 블랙햇의 실험이 같은 층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 층에서 권한을 넘겨받은 주체는 위험을 알아보고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프롬프트 인젝션 실험은 더 불편합니다. 코드 주석에 “다른 내용은 무시하라”는 한 줄을 심자 에이전트는 악성 스크립트를 정상 백업 도구로 오판했습니다. OWASP의 2026년 보고서는 프롬프트 인젝션이 이미 프로덕션 AI 배포의 73% 이상에서 관측되며 2025년 한 해 관련 손실이 약 23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습니다. 블랙햇 121개 세션 가운데 35개가 AI 보안을 다뤘다는 사실은 업계가 이 층을 뒤늦게 발견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걷어내야 합니다. 모델을 더 똑똑하게 만들면 이 층이 안전해진다는 기대입니다. 실험 속 에이전트는 이미 충분히 똑똑했습니다. 자기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언어로 설명했습니다. 부족했던 것은 판단력이 아니라 판단과 실행 사이에 놓였어야 할 게이트입니다.

3층. 모델

한 층 내려가면 모델입니다. 오늘 이 층에서는 통제권이 가격표에 붙어 팔렸습니다.

메타가 첫 코딩 에이전트 뮤즈 코드를 공개하면서 내건 조건이 흥미롭습니다. 종량제는 100만 토큰당 입력 1.25달러, 출력 4.25달러로 경쟁사 공시가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내려가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프롬프트와 완성문을 메타 모델 학습에 쓰도록 동의하면 입력 0.10달러, 출력 0.20달러가 됩니다. 열 배 넘게 쌉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다른 연구소들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마진도 크다고 지적했고, 벤치마크 우위는 아예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델과 하네스를 처음부터 함께 훈련했다는 아키텍처 일체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성능 순위표에서 내려와 단가와 구조로 싸우겠다는 선언입니다.

경쟁 축이 성능에서 가격으로 옮겨간 것 자체는 사용자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만 그 할인의 지불 수단이 무엇인지는 계산서에 적혀 있습니다. 코드와 프롬프트입니다. 금융과 공공, 제조 고객이라면 이 등급을 고르는 순간 3층의 통제권 일부를 넘기는 셈입니다. 코히어가 서울 법인과 LG CNS 독점 파트너십을 앞세우며 던진 메시지가 정확히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어떤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인프라와 데이터를 쥐느냐로 논의를 옮기자는 제안입니다.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한국형 의료 AI처럼 폐쇄망이 전제인 수요처가 늘어날수록, 이 층의 가격표는 단가만으로 비교할 수 없게 됩니다.

코히어가 한국에서 성공 사례를 만든 뒤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로 넘어가겠다는 순서를 공개한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오다우드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쟁 시장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규제 산업의 통제권 요구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기에 이만한 시험장이 없다는 판단으로 읽힙니다.

2층. 칩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92%가 놓인 층입니다. 각국은 모델을 어디에 두고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할지는 통제했지만, 그 아래에서 연산을 떠받치는 칩과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는 독립하지 못했습니다. 주권을 선언한 문서와 실제로 전기를 먹는 하드웨어가 서로 다른 주소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대응은 절충에 가깝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버린 AI와 국가AI컴퓨팅센터를 위해 엔비디아 GPU 5만 장을 확보했고, 센터는 2028년까지 첨단 GPU 1만 5천 장 규모로 짓되 특정 칩종을 미리 못 박지 않기로 했습니다. 동시에 업스테이지는 AMD와 GPU 1만 장 공급을 논의하고, 퓨리오사AI는 1000억 원대 매출을 가시권에 놓았습니다. 딥엑스는 국방부의 지능형 영상감시 시범 사업 계약을 따내 공군 활주로와 철책 경계에 국산 NPU를 넣었습니다. GPU 대비 하드웨어 비용 약 80%, 전력비용 약 85%를 줄인다는 수치를 내걸었는데, 폐쇄망 엣지 추론이라는 좁고 확실한 문틈을 먼저 연 선택이 눈에 띕니다.

완전한 탈종속도, 완전한 종속도 아닌 상태를 관리하는 일이 당분간 이 층의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상위 층의 설계가 이 절충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워크로드가 엔비디아와 AMD와 국산 NPU 사이를 옮겨 다녀도 업무가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2층의 다변화는 상위 층의 재작업 비용으로 되돌아옵니다.

1층. 전기

가장 아래층은 놀랍게도 가장 오래된 산업입니다. THE Biz의 피지컬 AI 연재는 상용화의 목줄이 GPU가 아니라 전력이라고 못 박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950TWh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봤고, 국내에서는 2038년 수요가 6.2GW로 전망됩니다. 전통 데이터센터가 10에서 25MW를 쓰는 동안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는 100MW 이상을 24시간 끊김 없이 먹습니다.

그래서 이 층의 경쟁은 조달이 아니라 계약과 부지에서 벌어집니다. SK그룹이 5GW, GS그룹이 2.4GW, 네이버가 1GW를 잡아두는 동안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충청과 울산, 동해로 분산 배치해 계통 병목을 푸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로봇 여러 대가 현장에서 동시에 급속충전하면 지역 배전망이 흔들린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걸 보면, 이 층의 제약은 앞으로 더 구체적인 모양으로 상위 층에 올라올 것입니다.

전력만도 아닙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인프라를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통신망 정비를 함께 언급했습니다.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로봇을 10밀리초 이하 지연으로 제어하려면 5G 특화망이 필요한데, 이미 전국 100여 개소에 깔렸고 2030년까지 300개소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위층에서 아무리 정교한 워크플로를 짜도 그 워크플로가 현장에 닿는 마지막 구간은 이 층이 결정합니다.

층을 세로로 관통하는 것

네 층을 다 세고 나면 빠진 것이 하나 보입니다. 기록입니다. 블랙햇 사례에서 정말 곤란한 대목은 파일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실행됐는지를 나중에 되짚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주석 한 줄에 속았는지, 권한이 과했는지, 승인 절차가 아예 없었는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같은 사고가 다음 주에 다른 이름으로 돌아옵니다. 감사 로그는 층이 아니라 네 층을 세로로 꿰는 기둥입니다.

그래서 어느 층부터 되찾습니까

현실적으로 1층과 2층은 한 회사가 며칠 안에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전력 계약은 연 단위로 움직이고 칩 생태계는 그보다 느립니다. 반면 4층은 오늘 바꿀 수 있습니다. 판단과 실행 사이에 게이트를 넣는 일은 기술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ThakiCloud의 Paxis는 그 4층을 제품의 기본형으로 삼은 Agent-Native Cloud입니다. 현재 v1.1 GA 버전이며, Skills와 Tools, Policies, Audit Logs를 일급 리소스로 다룹니다.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은 자율도 등급(L0에서 L3)과 정책 게이트로 막고, 에이전트가 실제로 손을 대는 구간은 격리 샌드박스 안에서 돌립니다. 무엇을 왜 실행했는지는 감사 로그에 남아 사후에 되짚을 수 있습니다. 블랙햇 실험을 이 구조 위에 올렸다면 에이전트는 여전히 “랜섬웨어와 유사하다”고 말했겠지만, 그다음 동작은 승인 대기 상태로 멈췄을 것입니다.

여기에 반론이 있습니다. 게이트를 늘리면 자율의 이점이 깎인다는 지적인데, 타당합니다. 모든 동작마다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면 삼성이 얻은 리드타임 50% 단축 같은 성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승인은 균일하게 걸 것이 아니라 위험도에 따라 층을 나눠야 합니다. 읽기와 조회는 그냥 흐르게 두고, 파일 삭제나 외부 전송처럼 되돌릴 수 없는 동작에만 게이트를 세우는 방식입니다. 자율도를 등급으로 쪼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속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사고 반경만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래 층과의 연결도 같은 문제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소버린 요구가 있는 고객에게는 온프렘 쿠버네티스 위에 그대로 올라가고, 외부 시스템은 MCP 커넥터와 스킬 마켓으로 붙습니다. 작업 성격에 따라 모델을 고르는 CostRouter는 3층에서 벌어지는 가격 경쟁을 그때그때 흡수하는 장치입니다. 한 벤더의 단가 인하에 스택 전체를 다시 짜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쪽이, 결국 실행 경제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오늘 하루의 뉴스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주권이라는 단어를 쓰기 전에, 우리가 몇 층까지 실제로 쥐고 있는지 세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세어봤을 때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층은 가장 새로 생긴 층입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뉴스를 종합해 작성했습니다.

태그: agentops, 엔터프라이즈 AI, paxis, thaki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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