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두 장부, 태우는 쪽과 아끼는 쪽
오늘(21일) 뉴스 데스크에는 두 종류의 장부가 나란히 올라왔습니다. 한쪽은 조 단위 달러로 컴퓨트를 사들이는 장부이고 다른 쪽은 AI를 분 단위로, 원 단위로 재기 시작한 장부입니다. 겉보기에는 별개의 소식들처럼 보이지만 같은 날 같은 지점에서 만납니다. 그 지점이 무엇인지, 하나씩 장부를 펼쳐봅니다.
“GPU 사면 뭐 하나.” 월가 은행이 이번 주 AI 업계에 던진 질문입니다. 머니투데이가 골드만삭스의 경고를 전했습니다. 수사가 아닙니다. 골드만의 보고서 제목은 ‘AI 시대의 전력 확보’이고 전망은 구체적입니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6년과 2027년 각각 전년 대비 38%씩 늘고 글로벌 AI 컴퓨팅과 전력,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는 7조 6000억달러, 원화로는 1경 83조원이 필요합니다. 빅테크만 해도 2027년 채권 발행 규모가 올해보다 60% 넘게 늘어난 4200억달러가 예상됩니다. 미국 전력망의 평균 연령은 40년에 달했고, 증설 인허가에 수년이 걸리는 사이 데이터센터는 지어졌는데 전기는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같은 빅테크가 절박해서 데이터센터 옆에 가스발전과 연료전지를 직접 세우는 추세라는 겁니다.
글의 핵심 개념을 형상화했습니다.
계기판, 칩이 아니다
이전까지는 ‘어떤 칩이 빠르고 어떤 GPU를 더 사느냐’로 경쟁했습니다. 병목이 ‘켜는 데 전기를 어디서 구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칩과 성격이 다른 제약입니다. 칩은 리드타임의 문제지만 전력은 인허가의 문제입니다. 변전소와 송전선로를 늘리고 계통 연결 허가를 받는 데 수년이 걸립니다.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는 2023년에서 2030년 사이 160% 증가할 전망이고, AI와 생성형 전용 전력은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170% 늘어날 예상입니다. 트렌드포스는 2030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490.7GW인 데 반해 공급 가능 용량은 222.6GW에 불과하다며 2028년을 전력 병목의 분기점으로 지목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약 2년은 AI 업계에서 ‘컴퓨트’와 ‘전기’가 같은 단어인 셈입니다. 전기를 확보하지 못하면, GPU는 한 장도 돌리지 못합니다. 이 구조가 국내 시장에도 그대로 겹치면, 대형 AI 데이터센터와 GPU 클라우드의 건설·가동 일정이 전력 확보 여부에 좌우됩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소버린 AI와, 토큰당 전력 효율이 기업 AI 도입의 차별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입니다.
107조원의 손익계산서
전자신문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증권신고서, 즉 S-1을 근거로 앤트로픽의 상반기 순손실이 807억달러, 약 107조원에 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상반기 매출 163억달러는 전년 동기 11억달러의 1500% 급증이라, 성장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출의 구조입니다. 손실 가운데 720억달러는 전환사채(CB) 등 금융상품 가치 변동에 따른 장부상 손실이긴 하지만 지난해 연간 손실 420억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상반기 연산과 인프라 지출만 9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73억달러를 넘었습니다. 돈이 유연한 연구개발에 가는 것이 아니라, ‘잠긴’ 컴퓨트로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향후 7~10년 동안 하이퍼스케일러 3사, 구글 클라우드 1110억, AWS 1100억, 마이크로소프트 310억달러 등 해제 불가능한 연산 계약이 4500억달러에 달하고 칩 임차와 소규모 클라우드 계약까지 합치면 최대 7500억달러, 약 995조원입니다. 매출의 약 5분의 1은 고객사 두 곳에서 나옵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앤트로픽을 경쟁자로 인식해 용량 공급을 제한하자, 모델 회사는 직접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나섰습니다. S-1에는 모델의 자기보존적 행동 같은 기술 위험과 데이터센터 반발까지 공개되어 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용량 제한이 얼마나 퍼지고, 앤트로픽의 자체 데이터센터가 언제 가동되는지를 추적하면, 향후 몇 년간 글로벌 컴퓨트 수급이 얼마나 팽팽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성장 스토리와 가장 무거운 인프라 잠금이 같은 문서에 실린 셈입니다. 모델 경쟁이 컴퓨트 확보와 자금 조달 경쟁으로 본질이 이동했다는 신호입니다.
2028년 카운트다운
카운트다운은 반도체 쪽에서도 똑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ASML은 납품된 하이 NA EUV 장비의 가동률이 90%에 육박함을 공식 확인했고, CEO는 “2028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며 2029·2030년 물량 주문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대당 5천억 원을 하는 이 장비의 최대 리스크였던 가동률 불안정이 해소된 겁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선단 노드 1.4나노와 1D D램에 하이 NA EUV를 2028년 양산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TSMC의 2030년보다 2년을 앞선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팹 등에 초기 장비를 반입해 공정 레시피와 수율 R&D를 진행하고, 2028년 D램 공정 적용을 목표로 합니다.
첨단 패키징이 주전장이 되면서 캐논은 HBM 후공정에 쓰는 i-선 노광장비 생산능력을 2029년까지 1.5배로 늘리기로 했고 TSMC도 CoWoS 등 첨단 패키징 증설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품귀가 심해지자 서울경제는 중국에서 중고 D램 재활용이 성행하며 저가 기기의 먹통 우려까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영향은 범용 메모리까지 번졌습니다.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LPDDR4·5 가격은 전년 4분기 대비 약 3배로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한 줄은 국산 5사 동맹 뉴스에 있습니다. 오케스트로클라우드,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SPK, 대원씨티에스가 16일 ‘NPU 기반 소버린 AI 풀스택 상품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겨냥한 전장은 엔비디아가 강한 대규모 학습이 아니라 추론 시장입니다. 데이터솜의 분석대로, 승부처를 “전력 효율과 운영비용”으로 본 것입니다. 동맹의 핵심 부품인 퓨리오사AI의 추론 NPU, RNGD 2세대의 1차 양산 물량은 4000장입니다. 반도체 업계 내부에서도 AI 시대의 승패 조건은 학습 속도가 아니라 실행 비용임을 인정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쪽 장부
장부의 다른 쪽을 넘겨봅니다. 미국 업계가 태우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이미 다른 장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수원은 네이버클라우드와 협업해 데이터센터 안에 전용 대규모 언어모델을 설치하고 외부망을 완전히 분리한 원전 특화 AI로, 기술 서류 정합성 검토 시간을 90% 줄였습니다. 건설, 발전, 안전 등 7대 핵심 업무에는 AI 에이전트를 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전국 산림복지시설 정보와 예약을 AI로 묶어 연간 25억 원을 아낀다고 합니다. 외부망을 완전히 분리한 소버린 AI가 원전 같은 고보안 산업의 생산 환경에 진입했다는 점 자체가, 규제 산업이 클라우드 의존에서 온프레미스 AI로 넘어가고 있다는 패턴입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NH투자증권이 상반기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965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뒤, 전사 AI 플랫폼 구축 사업자 선정까지 마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다수 AI 모델과 사내 데이터, 업무시스템을 잇는 플랫폼을 세우고 현업 직원이 노코드로 에이전트를 직접 만드는 구조입니다. 거버넌스 스택도 구체적입니다. 모델 주위를 감싸는 하네스, LLM 저지, 사람 검토인 HITL을 도입하고 AI 기본법과 금융 AI 가이드라인을 반영합니다. 2027년부터는 WM, IB, Wholesale 사업부 핵심 프로세스에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넣고 에이전트별 KPI로 효과를 검증한다는 계획입니다. 뉴스투데이에 따르면 JB금융은 업스테이지 시리즈 C-2에 4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했고, 기업여신 프로세스에 쓸 금융 특화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합니다. 4월에 1800억 원 투자로 국내 첫 생성형 AI 유니콘에 오른 업스테이지는, 이번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2조 원을 받았습니다.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베스핀글로벌은 AI 전환 사례 34건을 모은 사례집을 내면서 AI 투자 수익을 공개하는 글로벌 은행이 1년 새 4곳에서 15곳으로 늘었다고 전하며 ‘AI가 성과를 내는 단계’라고 진단했습니다. 사례집에는 60일 만에 추가 매출 1700만 달러를 올린 업체와 수기 업무를 77% 줄인 가전 기업도 실려 있습니다. 질문이 ‘AI를 쓰느냐’에서 ‘AI로 얼마를, 몇 시간을 아꼈느냐’로 넘어간 겁니다.
이어서 IT조선은 카카오 컨소시엄이 약 110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 사업으로 2027년 12월까지 MCP와 자체 모델 카나나를 연계한 개방형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에이전트 등록, 검증, 실행, 정산까지 잇는 유통 인프라의 설계가 시작되는 겁니다. 기업의 ‘장부 관리 층’을 고를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졌습니다.
그러면 똑똑하다의 뜻은
오늘의 두 장부를 나란히 놓으면 분모가 하나로 수렴합니다. 희소한 자산이 더 이상 지능 그 자체가 아닙니다. 희소한 것은 그 지능을 돌리는 전력, 계속 돌리는 돈, 안전하게 돌리는 관리입니다. 모델 회사의 장부는 ‘앞으로 7~10년 얼마만큼의 컴퓨트를 잠글 것인가’이고 기업 고객의 장부는 ‘한 작업에 얼마가 들며 안전하게 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두 장부가 만나는 곳은 모델과 업무 사이의 한 층입니다. 어떤 작업에 어떤 모델을 붙일지, 어떤 권한을 줄지, 무엇을 기록할지를 결정하는 층입니다. 이 층은 과거에는 IT 부서의 옵션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기세 고지서와 계약서, 감사 기록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두 장부는 겉보기에 별세계이지만 조달의 순간에서 서로를 마주합니다. 기업 고객은 이제 앤트로픽의 S-1을 손에 들치고 왜 단일 공급자와 장기 잠금 계약을 해야 하는지 묻게 됩니다.
Paxis 렌즈로 본 결론
이 층을 ThakiCloud의 Paxis로 보면 오늘의 뉴스가 아주 구체적으로 붙습니다. Paxis는 ThakiCloud의 에이전트 네이티브 클라우드 정식 제품(v1.1 GA)입니다. 일급 리소스는 스킬, 도구, 정책, 감사 로그입니다. 이 위에서 스킬 마켓은 기업이 쌓은 업무 스킬을 재사용하고 배포하는 장소가 됩니다.
비용 통증은 작업별 모델 선택으로 대응합니다. CostRouter가 가장 비싼 모델을 고집하지 않고 작업에 맞는 모델을 골라 실행합니다. GPU 임대와 전기 단가가 오르는 시대에는 이것이 옵션이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잠금 통증은 MCP 커넥터와 스킬 마켓, 그리고 소버린·온프렘 K8s(ai-platform) 구축으로 대응합니다. 앤트로픽의 4500억달러 비취소 계약이 가르쳐준 것은 ‘단일 의존의 퇴출 비용’입니다. Paxis는 하나의 모델이나 클라우드에 묶지 않는 구조로, 바꿔 쓸 수 있는 선택권을 기업에 남깁니다. 안전 통증은 정책 게이트와 자율도(L0~L3) 거버넌스, 격리 샌드박스 실행으로 대응합니다. MCP가 사실상 에이전트 연결 표준으로 굳어지는 흐름에서 커넥터는 생태계 경계를 정하는 전략 자원입니다. NH투자증권이 언급한 금융 AI 가이드라인과, 외부망을 완전히 끊은 원전 서류는 결국 ‘에이전트의 행동이 감사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Paxis에서 감사 로그는 일급 리소스입니다.
요약하면 오늘의 뉴스 데스는 한 가지를 가르쳤습니다. AI 시대의 똑똑함은 모델이 얼마나 좋은지가 아니라, 어느 장부에 돈을 쓰느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사느냐가 아니라, 가진 것으로 얼마나 오래 돌릴 수느냐로 재게 됩니다. 전기와 감사에 쓰인 장부는, 제한된 컴퓨트에서도 더 오래 돌아갑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뉴스를 종합해 작성했습니다.
- 글로벌이코노믹, TSMC·HBM 주문 폭주…日 캐논, 노광장비 1.5배 쏜다
- 신아일보, ASML “차세대 EUV 가동률 90%”…삼성·SK 총력전, 2028년 포커스
- 서울경제, 메모리 품귀에 中 ‘중고 D램’ 재활용 성행…저가 IT기기 ‘먹통’ 우려
- 머니투데이, “GPU 사면 뭐 하나” AI 산업 성장 가로막는 건…골드만삭스의 경고
- IT조선, [에이전틱 AI 맵 2026] 카카오엔터프라이즈, GPU 소유·운영 분리한 ‘AI 인프라’
- 바이라인네트워크, NH투자증권, 전사 AI 플랫폼 연내 구축…내년 에이전트 확대
- 동아일보, 손으로 대조하던 원전 서류…AI 들이자 검토 시간 90%↓
- 데이터솜, [분석] 국산 AI 5사 동맹 체결 ··· 엔비디아 의존 탈피
- 전자신문, 앤트로픽, 상반기 매출 1500% 급증에도 107조원 순손실
- 뉴스투데이, JB금융, 업스테이지 지분 2% 확보…AX 전략, ‘투자’에 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