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명의 퇴사하지 않는 사람들: 에이전트가 새로운 기술부채가 된 날
인사팀에는 ‘건물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를 때’보다 무서운 일이 없습니다. 퇴직한 지 오래된 직원이 아직도 배지를 들고 있고 계약이 끝난 협력사의 접근 권한은 그대로 남아 있으며 부서 해체 뒤에도 권한 그룹은 살아 있습니다. 보안 사고의 상당수는 ‘그건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라는 한마디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매일경제는 처음엔 과장되게 들리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 회사 AI 직원이 15만명?” 규모 자랑의 농담이 아닙니다. 생성형 AI 업무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에이전트는 직원처럼 조직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도입한 조직에게 이보다 현실적인 질문은 없으며 이 질문의 답을 만드는 비용은 지금 조용히 쌓이고 있습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이 질문은 인사팀의 일에서 보안팀의 일로, 보안팀의 일에서 경영진의 일로 변하는 셈입니다.
글의 핵심 개념을 형상화했습니다.
3년 만에 1만 배가 커진 명단
숫자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가트너는 포천 500대 기업이 2025년엔 1곳당 15개 미만의 AI 에이전트를 운용하다가 2028년이면 15만 개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년 만에 1만 배입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도 2027년 기업당 평균 1661개의 에이전트를 운용할 것으로 봤고, 이는 현재 대비 38% 늘어난 수준입니다.
한국 기업에는 이 전망이 보수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개발이 저비용·저장벽이 되면서 팀 하나가 자기만의 ‘비서’를 굴리는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부서마다 필요한 만큼 만들어 쓰는 이른바 에이전트 스프롤에 들어선 것입니다. 영업 팀은 계약 요약 비서를, 고객센터는 응대 초안 작성기를, 연구개발은 문헌 조사 도우미를 키우면, 명단은 조직도 위에 보이지 않는 층으로 계속 두꺼워집니다. 서버를 사서 붙여 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에이전트는 생기는 순간 권한을 요청하고 연결할 시스템을 묻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에이전트가 개체로 쌓인다는 점입니다. 서버는 몇 대를 더 늘려도 관리 대상이 그만한데, 에이전트는 하나하나가 각자의 권한과 업무 범위를 갖고 만들 때 정한 이름과 용도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집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질문은 ‘누가 관리하는가’입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관리 체계를 갖춘 조직은 13%에 불과합니다. 지금의 규모에서도 10개 중 8개 이상의 에이전트는 어떤 관리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며, 15만 개 시대가 오면 그 격차는 더 커질 뿐입니다.
NotebookLM이 소스를 종합해 생성한 인포그래픽입니다.
만드는 게 아니라 남는 게 문제입니다
인사에서는 퇴직이 가장 지루하고 가장 중요한 절차입니다. 배지와 출입카드, 시스템 접근 권한을 한꺼번에 무효화하는 그 순간을 말합니다. 인간 직원이 퇴직하면 조직의 위험은 줄어듭니다. 그런데 에이전트는 정반대입니다. 쓸수록 권한이 넓어지고 끝나도 그 권한은 그대로 남습니다. 매일경제는 이 상황을 좀비 에이전트라고 불렀습니다. 업무가 끝난 뒤에도 데이터 접근 권한과 인증정보를 그대로 유지하는 에이전트입니다. 일은 이미 오래 전 끝났는데, ‘사번’은 유효하고 서버실 문은 잠기지 않은 상태입니다. 권한이 있는 자리에 ‘끝난 일’이 남아 있는 것은, 금고 열쇠를 퇴사한 직원 손에 쥐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좀비가 위험한 이유는 느리면서도 끈질기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몇 건의 요청을 보내는 수준이면 이상 징후로 잡히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여전히 최신이며 권한을 부여한 사람은 그 에이전트가 이미 끝난 일인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IBM의 피해 집계는 이 그림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기업들은 최근 1년 평균 54건의 에이전트 사고를 겪었고 고위험 사고의 37%가 데이터 노출과 보안 침해였습니다. 퇴사하지 않는 에이전트 한 개가 조용히 하는 일은, 더 이상 필요 없는 데이터를 계속 ‘보는 것’입니다.
클라우드보안연합 조사는 그 배경을 설명합니다. 기업 82%는 보안과 IT 부서가 파악하지 못한 에이전트를 발견했고, 65%는 에이전트 사고를 경험했습니다. 조직이 모르는 에이전트가 조직의 데이터를 보는 구조에서는, 사고는 시간 문제입니다. 그리고 가장 눈이 가는 숫자는 마지막입니다. 에이전트에 대한 공식 폐기 절차를 갖춘 기업이 21%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5개 중 4개는 ‘끝내는 법’을 정해 놓지 못한 채 에이전트를 굴리고 있는 것입니다.

만드는 비용이 돈이 아니게 된 날
IT 시스템의 비용은 수십 년간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설계, 개발, 배포입니다. 예산은 돌아가게 만드는 쪽으로 흘러갔고 운영비는 그다음 이야기였습니다. 에이전트는 이 곡선을 뒤집었습니다. 만들기는 거의 무료에 가깝고 비싸진 것이 남기는 것입니다. 부서에서 만든 에이전트가 쓰이지 않게 되면, 그 에이전트는 사라지지 않고 권한을 붙든 채 서버실에 남습니다.
가트너는 6월 ‘AI Agents Are Technical Debt’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금 구축하는 에이전트가 곧 미래의 기술부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에이전트 확장은 CFO가 이끄는 거버넌스 파일럿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왜 만들었는지, 누가 책임지는지, 실제로 가치를 만드는지, 운영비용은 얼마인지를 묻는 절차가 빠지면 에이전트는 빚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노플레이크는 블랙햇 2026에서 AI 게이트웨이와 에이전트 보안 기능을 내놓았고 데이터브릭스는 유나이티드 캐탈로그 기반의 대규모 에이전트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에이전트 보안 백서와 제로트러스트 적용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8월 25일 The New Stack이 보도한 IDC 조사도 같은 그림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에이전트를 배포하고 있지만, 제어와 거버넌스, 감독 역량은 뒤처져 있다는 것입니다. 에이전트 거버넌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가속되는 가운데, 무게중심은 ‘에이전트를 어떻게 만들까’에서 ‘에이전트를 어떻게 다룰까’로 이동하고 있고, 대장과 권한, 퇴직까지 직원처럼 관리하는 에이전트 운영이라는 독립된 층이 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퇴직 절차’가 가장 무거운 이유
이 질문은 한국에서 가장 무겁습니다. 금융과 공공, 제조가 폐쇄망과 온프레미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나라에서,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남아 있는 좀비 에이전트는 사고가 터지면 피해가 여러 시스템을 거치며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더 이상 가정이 아닙니다. 국내 최대 BPO 기업 유베이스는 자동이체와 즉시결제, 카드 분실 신고 같은 업무를 에이전트가 직접 처리하는 상담 AI를 상용화했습니다. 고객 발화에서 의도를 읽고 실제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구조에서, 에이전트 하나에 부여된 권한은 곧 실거래입니다.
보안 영역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경보만 알리던 보안 AI가 계정 정지와 통신 차단, 시스템 격리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단계로 넘어가는 지금, 오탐 한 번에 정상 업무가 막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키우는 에이전트도 같은 질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과기정통부와 NIPA의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이버 보안 분야)’ 사업 공모가 오늘 마감됩니다. 선정 과제에는 엔비디아 B200 GPU 256장이 지원되고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LG CNS가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경쟁 중이며 업계가 요구하는 설계는 분명합니다. 로그 요약과 경보 분류는 자동화하되, 계정 정지와 서버 격리 같은 조치는 승인 절차와 복구·추적 체계를 두고 위험도별로 권한을 부여하라는 것입니다. AI가 실제 시스템 제어 권한을 갖는 순간, 오탐 하나로 정상 서비스가 막히는 일은 법적·신뢰 문제로 번지기 때문에, 금융·공공·제조 같은 규제 산업에서는 휴먼인더루프와 감사, 롤백 요구가 모든 에이전트 도입의 표준 조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방치된 권한 하나가 법적·신뢰적 문제가 되는 셈입니다.
국내 기업에 주는 함의는 명확합니다. 에이전트 도입 검토에서 감사, 권한 수명, 수명 관리가 전제 조건이 된다는 뜻입니다. 폐기 절차가 21%인 것은 세계 평균이고 한국의 금융과 공공이 그보다 높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끝낼 수 있는 구조’가 앞으로의 검토에서 기업을 가를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에이전트를 ‘인사’처럼 대하는 법

결국 조직이 에이전트를 인사처럼 대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최소한의 답은 네 가지입니다. 누가 존재하는지, 각각에게 어떤 권한이 있는지, 모든 행동을 추적할 수 있는지, 자율의 범위가 정해져 있는지. 이 네 가지를 갖춘 조직에서만 ‘해고’가 가능한 것입니다. 고객의 자동이체 요청을 끝까지 처리하는 상담 에이전트든, 관제실에서 경보를 분류하는 에이전트든, ‘자동으로 해도 되는지’와 ‘사람이 서명해야 하는지’를 판단에 맡기지 않고 정책으로 정해 둔 조직이 위험을 통제합니다.
이 네 가지가 설계의 출발점이 되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ThakiCloud의 에이전트 네이티브 클라우드 Paxis, 이미 v1.1로 정식 출시된 제품입니다. Paxis에서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스킬, 도구, 정책, 감사 로그는 일급 리소스로, 플랫폼 위에서 등록되고 기록됩니다. 에이전트가 생길 때마다 누가, 어떤 용도로, 어떤 권한을 갖는지라는 정보가 함께 남는 구조입니다.
에이전트에게 부여하는 자율도는 L0부터 L3까지 단계로 구분됩니다. 일상적인 조치는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범위를 넘는 행동은 사람의 승인을 받는 정책 게이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실행 자체는 격리된 샌드박스 안에서 이뤄지므로, 잘못된 행동이 본 시스템으로 번지는 일은 줄어듭니다. 어떤 에이전트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는 감사 로그에 남고 작업별로 어떤 모델을 쓸지는 CostRouter가 결정해 ‘얼마나 드는지’라는 운영비 질문에도 같은 장부에서 답을 볼 수 있습니다. MCP 커넥터와 스킬 마켓으로 외부 시스템 연동과 스킬 재사용도 지원하며, 데이터가 나가지 않는 고객사 자체 K8s에서 온프레미스로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15만 명의 명단은 계속 커질 것입니다. 지금 1661개인 명단이 15만 개로 불어나는 동안, 조직이 준비해야 할 것은 ‘끝내는 법’입니다. 가트너가 예상한 숫자를 넘어서도, ‘어떻게 퇴사시킬 수 있는가’에 답할 수 있는 기업은 여전히 일부일 것입니다. 인사에서 ‘입사 명단’보다 ‘퇴사 명단’을 먼저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에이전트 운영에도 같은 순서가 적용될 시점이 왔습니다. 다음 분기 점검에서 ‘끝난 에이전트 명단’을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조직은 준비가 끝난 것입니다. 에이전트 운영을 시작하려는 조직에게 첫 질문은 이제 ‘해고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2026년 기준, 플랫폼의 문제입니다.
NotebookLM이 소스를 종합해 생성한 인포그래픽입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뉴스를 종합해 작성했습니다.